그대 눈동자에 건배. 이 말을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거예요.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알 만큼 유명한 이 대사는 여든 해도 더 된 흑백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나왔어요. 전쟁의 불안 속에서 옛사랑과 다시 마주친 한 남자의 선택을 그린 이 영화는 지금도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가운데 하나로 꼽혀요. 영화를 보면서 재미는 있었지만 사랑을 이용하는것 같아서 불편함도 있고 찜찜함도 남았던 영화였어요. 카사블랑카 릭의 카페에 모인 사람들이야기의 무대는 제이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때 아프리카 모로코의 도시 카사블랑카예요. 전쟁을 피해 유럽을 떠난 사람들이 미국으로 가기 위해 이곳에 몰려들었지요. 하지만 떠나려면 꼭 필요한 문서가 있었어요. 바로 통행증이에요. 통행증은 정해진 지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
이른 새벽 텅 빈 뉴욕 거리에 노란 택시 한 대가 멈춰요.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내려 보석 가게 진열장 앞에 서지요. 그리고 종이봉투에서 빵과 커피를 꺼내 진열장을 바라보며 천천히 아침을 먹어요. 대사 한마디 없는 이 첫 장면만으로 티파니에서 아침을 은 영화 역사에 길이 남는 영화가 되었어요. 아직까지 명곡으로 피아노 연주에서도 많이 연주되는 문리버의 곡이 흘러나오는 영화예요. 티파니에서 아침을 첫 장면과 검은 드레스영화가 시작되고 제목과 배우 이름이 뜨는 동안 이어지는 첫 장면들을 오프닝 시퀀스라고 해요. 오프닝 시퀀스는 영화의 분위기와 주인공을 처음 소개하는 아주 중요한 장면이에요.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잔잔한 음악과 새벽 거리와 주인공 홀리의 뒷모습만으로 홀리가 얼마나 화려하면서도 외로운..
로마 여행을 가면 꼭 들르는 곳들이 있어요. 스페인 계단에 앉아 젤라토를 먹고 진실의 입에 손을 넣어 보고 작은 스쿠터를 타고 골목을 누비는 여행이지요. 이 여행 코스를 전 세계에 알린 건 칠십 년도 더 된 흑백 영화 한 편이에요. 이영화의 주인공은 아직도 아름다운 미녀를 지칭할 때 비교대상으로 나오는 오드리 헵번이에요.로마의 휴일 속 답답한 공주 앤앤은 유럽 여러 나라를 돌며 공식 행사를 치르는 한 나라의 공주예요. 하루 종일 정해진 시간표대로 손님을 맞고 연설을 하고 웃어야 했지요. 로마에 도착한 날 밤 앤은 끝없는 일정에 지쳐 울음을 터뜨려요. 의사는 앤을 진정시키려고 잠이 오는 주사를 놓아 주지요. 솔직히 저도 어릴 때는 공주의 삶이 마냥 부럽기만 했는데 이 장면을 보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그..
옷장에 들어가 주먹을 꼭 쥐고 눈을 감으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가장 먼저 어느 날로 가고 싶으세요. 말실수를 했던 날이나 고백하지 못했던 날이 먼저 떠오를지도 몰라요. 어바웃 타임은 그런 능력을 가진 한 청년이 결국 시간을 되돌리지 않기로 마음먹기까지의 이야기예요. 이영화는 노팅힐과 러브엑추얼리 감독이 만든 영화로 믿고 보는 영화이기도 했어요.어바웃 타임 속 옷장 안의 시간 여행팀은 영국 바닷가 마을에 사는 평범하고 조금 어리숙한 청년이에요. 스물한 살 생일에 아빠는 팀을 서재로 불러 가족의 비밀을 알려 줘요. 이 집안 남자들은 모두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시간 여행은 지금이 아닌 다른 때로 옮겨 가 그 순간을 다시 겪는 것을 말해요. 솔직히 저도 이 장면을 보고 옷장 앞에서 주..
여행 중 기차 옆자리에 앉은 낯선 사람과 이야기가 너무 잘 통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내일 아침이면 서로 다른 나라로 떠나야 하는데 말이에요. 비포 선라이즈는 딱 하루 동안 낯선 도시를 함께 걸은 두 젊은이의 이야기예요. 대단한 사건 하나 없이 걷고 이야기하는 것뿐인데 서른 해가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이 인생 영화로 꼽아요. 어렸을 당시에 봤다면 이해도 안 가고 지루했을 영화인데 지금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참 동안 머릿속에서 잔잔하게 생각이 많이 났던 영화였어요.비포 선라이즈 기차 안의 첫 만남프랑스 대학생 셀린은 할머니 댁에 다녀오는 길에 기차를 타고 있어요. 옆자리 부부가 큰 소리로 다투자 셀린은 조용한 자리로 옮기지요. 그 건너편에 앉아 있던 사람이 미국 청년 제시예요. 두 사람은 우연히 ..
헤어진 연인과의 기억을 깨끗이 지울 수 있다면 지우시겠어요. 아픈 기억이 사라지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지만 그 안에 담긴 행복한 순간도 함께 사라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이터널 선샤인은 바로 이 질문을 품고 있는 영화예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봉했을 때보다 다시 개봉했을 때 더 많은 사랑을 받은 아주 특별한 영화이기도 해요. 기억을 지우면서도 돌고 돌아 다시 만다는 필연이라는 내용이 참 많이 와닿았던 영화였어요.이터널 선샤인 속 기억을 지워 주는 회사조엘은 조용하고 소심한 남자예요. 어느 날 조엘은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이 자신과의 기억을 모두 지워 버렸다는 소식을 듣게 돼요. 사람의 머릿속에서 특정한 기억만 골라 지워 주는 회사가 있었던 거예요. 물론 이런 기술은 실제로는 없는 상상 속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