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통 건축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 중 하나는 곡선을 그리며 이어진 아름다운 지붕이다. 궁궐의 웅장한 처마, 고즈넉한 사찰의 지붕, 오래된 한옥 마을의 기와지붕은 한국 건축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오늘은 한국의 사라져가는 직업 기와장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기와장의 역사와 역할, 한국 건축의 아름다움을 완성한 전통 장인
이러한 지붕을 완성하는 핵심 요소가 바로 기와이며, 오랜 시간 흙을 다루며 기와를 만들어 온 사람이 기와장이다. 기와장은 단순히 건축 자재를 생산하는 사람이 아니라 흙의 성질을 이해하고, 전통 건축의 미적 감각과 기술을 이어가는 장인이다.
기와는 단순한 지붕 덮개가 아니다. 우리 조상들은 기와를 통해 건축물의 기능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했다. 기와는 비와 눈을 막아 건물을 보호하는 실용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지붕의 곡선과 문양을 통해 건축물의 품격을 높이는 장식적인 역할도 담당했다. 특히 궁궐과 사찰, 사대부 가옥에 사용된 기와는 건물의 성격과 주인의 지위를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따라서 좋은 기와를 만드는 일은 단순한 생산 작업이 아니라 건축문화의 일부를 완성하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우리나라 기와 제작의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구려, 백제, 신라에서는 이미 수준 높은 기와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궁궐과 사찰 건축에 다양한 형태의 기와를 사용했다. 특히 백제의 기와는 부드럽고 세련된 문양으로 유명했고, 신라에서는 불교문화의 발전과 함께 정교한 연꽃무늬 수막새 등이 제작되었다. 고려시대에는 불교 건축이 번성하면서 기와 제작 기술이 더욱 발전했고, 조선시대에는 궁궐과 한옥 건축에 맞는 다양한 기와가 만들어졌다.
전통 기와는 크게 암키와와 수키와로 나뉜다. 암키와는 지붕 아래쪽의 넓은 면을 덮는 역할을 하고, 수키와는 암키와 사이의 틈을 덮어 빗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는다. 이 두 종류의 기와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튼튼하고 아름다운 지붕이 완성된다. 또한 지붕 끝에는 막새기와를 사용했는데, 이곳에는 연꽃, 봉황, 용, 당초무늬 등 다양한 문양이 새겨져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더했다.
기와장은 이러한 기와를 만들기 위해 흙을 선택하는 단계부터 깊은 기술을 필요로 한다. 모든 흙이 기와 제작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점성이 적당하고 불에 구웠을 때 강도가 높아지는 좋은 흙을 찾아야 한다. 장인은 흙의 색과 촉감, 입자의 상태를 살피며 적합한 재료를 선택한다. 같은 지역의 흙이라도 계절과 채취 위치에 따라 성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오랜 경험이 필요하다.
좋은 기와는 단순히 모양이 예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여름의 뜨거운 햇빛과 겨울의 차가운 바람, 반복되는 비와 눈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기와장은 흙을 충분히 숙성시키고, 여러 번 다듬으며 균일한 형태를 만든다. 이후 높은 온도의 가마에서 구워 내는데, 이 과정에서 온도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불이 너무 강하면 기와가 깨질 수 있고, 약하면 강도가 떨어진다. 장인은 불꽃의 색과 소리를 통해 가마 내부의 상태를 판단하며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 낸다.
기와장은 과거에는 매우 중요한 직업이었다. 조선시대에는 국가 기관에서 필요한 기와를 제작하는 전문 장인이 존재했으며, 궁궐과 관청, 사찰 건축을 위해 뛰어난 기술자들이 활동했다. 당시 기와 제작은 국가 건축 사업과 연결되어 있었고, 숙련된 기와장은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건축물이 오래 유지되기 위해서는 튼튼한 기와가 필수였기 때문에 장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현대 건축에서는 철근 콘크리트와 다양한 현대 자재가 보편화되면서 전통 기와의 사용은 크게 줄어들었다. 한옥과 문화재 복원 현장을 제외하면 대량으로 기와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지 않으며, 긴 제작 과정과 높은 노동 강도 때문에 전통 방식으로 기와를 만드는 장인의 수도 감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와장은 우리 건축문화의 뿌리를 지키는 중요한 존재다. 흙 한 줌을 선택하고, 손으로 형태를 만들고, 불의 힘으로 완성하는 과정에는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지혜가 담겨 있다. 기와 한 장에는 단순한 건축 재료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한국인의 삶과 미적 감각이 담긴 문화유산이다.
기와장의 하루와 제작 과정, 흙과 불로 완성되는 전통 기술
기와장의 하루는 흙을 살피는 일에서 시작된다. 기와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재료를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장인은 채취한 흙의 상태를 확인하고, 불순물을 제거한 뒤 기와 제작에 적합하도록 준비한다. 흙은 단순히 물과 섞는다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수분과 점성을 갖도록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며, 충분한 숙성을 통해 흙의 조직을 안정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전통 기와 제작에서는 흙을 반죽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흙 속에 공기가 많이 남아 있으면 구울 때 균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장인은 흙을 반복해서 치대며 내부의 공기를 제거하고 균일한 상태로 만든다. 이 과정은 체력과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만, 완성된 기와의 품질을 결정하는 기본 단계다.
반죽된 흙은 일정한 크기로 나눈 뒤 성형 작업에 들어간다. 전통 방식에서는 기와 틀을 이용하거나 손으로 직접 형태를 잡았다. 암키와와 수키와는 모양과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 다른 제작 과정을 거친다. 장인은 흙의 두께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곡선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작은 차이가 생기면 지붕에 올렸을 때 기와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와 제작에서 가장 인상적인 과정 중 하나는 문양을 새기는 작업이다. 특히 궁궐이나 사찰에 사용되는 기와에는 다양한 장식 문양이 들어간다. 연꽃은 불교적 의미와 깨끗함을 상징하고, 용과 봉황은 권위와 번영을 의미했다. 장인은 이러한 문양을 정교하게 새기며 단순한 건축 자재를 예술품으로 변화시킨다.
성형된 기와는 바로 사용할 수 없다. 먼저 충분히 건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햇빛과 바람을 이용해 천천히 말려야 내부와 외부의 수분 차이로 인한 균열을 막을 수 있다. 건조 과정은 계절과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장인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비가 오거나 습도가 높은 날에는 건조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작업 일정도 자연스럽게 조절된다.
건조가 끝난 기와는 가마에 들어간다. 가마 굽기는 기와 제작의 핵심 과정이다. 적절한 온도를 유지해야 단단하면서도 아름다운 색을 가진 기와가 완성된다. 전통 가마에서는 장인이 직접 불을 관리하며 온도를 조절했다. 불의 상태를 확인하고 나무를 넣는 시기와 양을 조절하는 것은 오랜 경험이 필요한 기술이다.
가마에서 나온 기와는 다시 한번 검사를 받는다. 깨진 부분은 없는지, 형태가 일정한지, 소리를 두드려 보았을 때 맑은 울림이 나는지 확인한다. 좋은 기와는 단단하면서도 일정한 소리를 낸다. 이러한 검사 과정을 통과한 기와만이 실제 건축 현장에서 사용된다.
하지만 기와장의 작업 환경은 쉽지 않다. 흙을 다루는 작업은 육체적으로 힘들고, 가마 작업은 높은 온도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체력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또한 현대에는 전통 기와를 찾는 수요가 제한적이어서 안정적인 생산과 판매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기와장은 자신의 기술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화재 복원 사업과 전통 한옥 건축이 늘어나면서 전통 기와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일부 장인들은 현대적인 디자인을 접목한 새로운 기와 제작에도 도전하고 있다.
기와 제작은 단순히 흙을 굽는 일이 아니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이해하고, 불의 힘을 다루며,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종합적인 기술이다. 기와장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한 장의 기와는 수십 년, 때로는 수백 년 동안 건물을 지켜주는 시간의 기록이 된다.
기와 제작 기술의 미래와 전통기술의 가치, 우리가 기와장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현대 사회에서 전통 기와는 과거의 건축 자재처럼 보일 수 있다. 많은 건물이 철근과 콘크리트, 금속 자재로 만들어지는 시대에 흙을 빚고 불에 구워 만드는 기와는 비효율적인 방식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통 건축과 자연 친화적인 생활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와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통 기와는 자연 재료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인 건축 자재로 평가받는다. 흙으로 만들어진 기와는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을 더한다. 오래된 한옥의 기와지붕이 주는 고즈넉한 분위기는 현대 건축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매력이다.
또한 기와는 문화재 보존과 복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궁궐과 사찰, 고택 등 우리 문화유산을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기 위해서는 전통 방식으로 제작한 기와가 필요하다. 기와장의 기술이 없다면 오래된 건축물의 모습을 제대로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와장은 단순한 생산자가 아니라 문화재를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통 기와를 현대적으로 활용하려는 다양한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한옥뿐 아니라 카페, 전통 체험 공간, 현대 건축물의 장식 요소로 기와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인 곡선과 자연스러운 색감은 현대 디자인에서도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기술 전승이다. 기와 제작은 단순히 제작 방법을 외우는 것으로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흙을 보는 눈, 불의 상태를 판단하는 감각, 계절 변화에 맞춰 작업하는 경험은 오랜 시간 현장에서 쌓아야 한다. 이러한 기술은 책이나 영상만으로 완전히 익히기 어렵기 때문에 숙련된 장인의 경험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젊은 세대가 기와 제작에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전통 기술이 가진 가치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 기와장은 단순히 옛 방식을 반복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연과 인간, 건축과 예술을 연결하는 창조적인 장인이다. 빠르게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대에 오랜 시간을 들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장인의 철학은 오히려 현대 사회에서 더욱 의미 있는 가치가 되고 있다.
정부와 문화 관련 기관에서도 전통 기와 제작 기술을 보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무형문화유산 지정과 전승 교육, 문화 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일반인들이 기와 제작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사라져 가는 전통 기술을 이어가는 중요한 힘이 된다.
우리가 기와장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오래된 직업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기와장은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 함께 살아온 방식과 아름다움을 오늘날까지 전달하는 문화의 연결자다. 흙 한 줌이 지붕 한 장이 되고, 그 지붕이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의 삶을 보호해 온 과정에는 인간의 지혜와 노력이 담겨 있다.
사라져가는 직업을 기록하는 일은 과거를 바라보는 일이면서 동시에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전통 기술 속에는 현대 기술로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경험과 철학이 존재한다. 기와장은 흙과 불을 통해 한국 건축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온 장인이며, 앞으로도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한 장의 기와 위에는 자연의 시간과 장인의 시간이 함께 담겨 있다. 흙이 비와 바람을 견디는 지붕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손길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기억하고 가치를 인정할 때, 한국의 전통 기와 문화는 앞으로도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