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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하루를 보내고 나면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때가 있지요. 이 말을 널리 알린 영화가 있어요. 무려 여든 해도 더 전에 만들어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예요. 네 시간 가까운 긴 영화지만 지금도 영화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작품이에요. 동시에 오늘날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명작이기도 해요. 무너져 가는 와중에도 본인들의 이기적인 욕망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찜찜했던 영화였어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속 당찬 여인 스칼렛
스칼렛은 미국 남부 조지아의 커다란 농장 타라에서 자란 부잣집 딸이에요. 끝없이 펼쳐진 목화밭에서 많은 일꾼이 일하는 곳이었지요. 이렇게 한 가지 작물을 넓은 땅에서 대규모로 기르는 농장을 대농장이라고 해요. 그 시절 남부 대농장에서 일한 사람들은 대부분 강제로 끌려온 흑인 노예였어요. 사람을 물건처럼 사고팔고 강제로 일을 시키던 이 잘못된 제도를 노예 제도라고 해요.
스칼렛은 고집 세고 당돌한 성격이라 원하는 건 무엇이든 가져야 직성이 풀려요. 그런 스칼렛이 짝사랑하던 애슐리가 착한 사촌 멜라니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지요. 속상한 스칼렛 앞에 거침없는 남자 레트 버틀러가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요. 솔직히 처음에는 스칼렛이 얄밉기만 해서 응원해야 할지 망설여졌어요.

남북 전쟁과 불타는 애틀랜타
평화롭던 남부에 전쟁이 터져요. 노예 제도를 두고 미국의 남쪽 주들과 북쪽 주들이 맞서 싸운 남북 전쟁이에요. 남북 전쟁은 미국이 둘로 나뉘어 네 해 동안 치른 큰 전쟁으로 결국 북쪽이 이기면서 노예 제도가 사라지게 되었어요.
전쟁이 길어지며 남부 도시 애틀랜타가 불길에 휩싸여요. 스칼렛은 멜라니와 갓 태어난 아기를 마차에 태우고 불타는 도시를 빠져나오지요. 붉은 불길 속을 달리는 이 장면은 그 시절 기술로 만든 놀라운 장면으로 유명해요. 이 영화는 그때로서는 드문 컬러 영화라서 붉게 타오르는 하늘이 관객에게 더 큰 충격을 줬어요. 제가 직접 다시 보니 불길 속을 달리는 마차 장면은 지금 봐도 손에 땀이 날 만큼 생생했어요.
겨우 돌아간 고향 타라는 폐허가 되어 있었어요. 먹을 것조차 없는 밭에서 흙 묻은 무를 캐 먹던 스칼렛은 하늘을 향해 다시는 굶주리지 않겠다고 맹세해요. 부잣집 철부지였던 스칼렛이 가족을 먹여 살리는 강인한 사람으로 바뀌는 순간이에요. 돈이 없어 창문 커튼을 뜯어 드레스를 만들어 입는 장면도 스칼렛의 끈질긴 생명력을 잘 보여 줘요. 솔직히 철없던 스칼렛이 흙을 움켜쥐는 이 장면에서 이렇게 마음이 뜨거워질 줄은 예상 밖이었어요.
영화가 워낙 길어서 극장에서는 중간에 잠시 쉬는 시간을 두고 상영했어요. 이렇게 긴 영화나 공연 중간에 관객이 쉴 수 있도록 마련한 휴식 시간을 인터미션이라고 해요. 오랜 세월과 전쟁과 여러 인물의 삶을 크게 담아내서 이런 영화를 대서사극이라고 불러요. 제 경험상 이 영화는 쉬는 시간이 나오는 곳에서 끊고 이틀에 나눠 보면 훨씬 덜 지쳤어요.
고향 타라와 영화가 남긴 빛과 그림자
이 영화는 미국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열 개 부문 상을 받았어요. 유모 역을 맡은 해티 맥대니얼은 흑인 배우로는 처음으로 이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지요. 하지만 그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영화 첫 시사회에 참석하지 못했고 시상식에서도 다른 배우들과 떨어진 자리에 따로 앉아야 했어요 (출처: 한국일보). 한국일보 해티 맥대니얼 기사 보기
영화는 노예 제도가 있던 남부를 아름답고 그리운 세상처럼 그렸다는 비판을 오랫동안 받아 왔어요. 흑인 인물들을 주인을 섬기는 모습으로만 그린 것도 문제로 지적됐지요. 그래서 몇 해 전 미국의 한 영상 서비스는 이 영화에 인종 편견이 담겨 있다며 잠시 내렸다가 역사적 설명을 붙여 다시 올리겠다고 밝혔어요 (출처: 지디넷코리아). 지디넷코리아 기사 보기 명작의 뛰어난 점은 인정하되 그 시절의 잘못된 시선은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해요.
모든 것을 잃은 마지막 장면에서도 스칼렛은 주저앉지 않아요. 눈물을 닦고 고향 타라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하지요.
내일은 또 다른 날이니까.
오늘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면 스칼렛처럼 이 말을 한번 속으로 되뇌어 보세요. 제가 힘든 날마다 이 대사를 속으로 한 번 따라 말하면 신기하게 어깨가 조금 가벼워져요.
자주 묻는 질문
원작 소설이 있나요
네 마거릿 미첼이 쓴 같은 제목의 소설이 원작이에요. 작가가 평생 쓴 유일한 장편 소설인데 나오자마자 큰 인기를 얻어 상까지 받았어요.
제목은 무슨 뜻인가요
전쟁으로 한 시대의 남부 사회가 바람처럼 사라졌다는 뜻을 담고 있어요. 다만 그 사라진 세상이 노예 제도 위에 세워졌다는 점을 함께 기억해야 해요.
러닝타임이 얼마나 되나요
네 시간 가까이 되는 아주 긴 영화예요. 앞부분과 뒷부분으로 나눠 이틀에 걸쳐 봐도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