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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떴는데 거울 속 내가 하루아침에 아흔 살 할머니가 되어 있다면 어떨까요. 저라면 아마 소리를 지르며 이불 속으로 숨었을 거예요.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허리를 툭툭 두드리고는 지팡이를 짚고 집을 나서요. 그 담담한 첫걸음이 이 영화의 매력을 다 말해 줘요. 이 영화는 보면서 진짜 아름다움은 나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온다는걸 느끼게 해준 영화였어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모자 가게 소녀 소피
열여덟 살 소피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자 가게에서 묵묵히 모자를 만들며 지내요. 스스로 예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늘 수수한 옷만 입는 조용한 소녀예요. 그러던 어느 날 거리에서 낯선 군인들에게 붙잡혔을 때 금발의 마법사 하울이 나타나 소피를 하늘로 데리고 걸어가듯 구해 줘요.
하늘 위를 사뿐사뿐 걷는 이 장면은 지금 봐도 가슴이 콩닥거려요. 이 영화처럼 마법과 상상 속 세계가 펼쳐지는 이야기를 판타지라고 해요. 판타지는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신비한 일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말해요. 솔직히 저는 이 장면 하나 때문에 이 영화를 몇 번이나 다시 봤어요.
황야의 마녀가 건 저주와 할머니 소피
그날 밤 하울을 쫓던 황야의 마녀가 가게로 찾아와 소피에게 저주를 걸어요. 저주는 나쁜 일이 일어나도록 마법이나 주문을 거는 것을 말해요. 소피는 하룻밤 사이에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버리고 아무에게도 이 비밀을 말할 수 없게 돼요.
소피는 집을 떠나 황야를 걷다가 순무 머리를 한 허수아비를 만나고 그 뒤를 따라 네 다리로 성큼성큼 걷는 하울의 성에 올라타요. 성은 고철과 굴뚝을 잔뜩 이어 붙인 모양이라 걸을 때마다 덜컹덜컹 소리를 내요. 제가 직접 화면을 멈추고 보니 성 구석구석에 작은 창문과 대포까지 그려져 있어 놀랐어요.
| 인물 | 어떤 인물인가요 | 기억에 남는 점 |
|---|---|---|
| 소피 | 저주로 할머니가 된 소녀 | 씩씩한 살림 솜씨 |
| 하울 | 젊고 멋진 마법사 | 머리 색 하나에 우는 엉뚱함 |
| 캘시퍼 | 성을 움직이는 불의 악마 | 투덜대지만 정 많은 성격 |
| 마르클 | 하울의 어린 제자 | 할아버지로 변장하는 귀여움 |
| 순무 머리 | 말 없는 허수아비 | 늘 소피 곁을 맴도는 의리 |
불의 악마 캘시퍼와 성 안의 가족
성의 벽난로에는 작은 불꽃 캘시퍼가 살아요. 캘시퍼는 하울과 계약을 맺고 성을 움직이는 불의 악마예요. 계약은 서로 무엇을 해 주기로 굳게 약속하는 것을 말해요. 소피는 청소부를 자처하며 먼지투성이 성을 반짝반짝 닦고 캘시퍼 위에서 베이컨과 달걀을 구워 아침을 차려요. 이 아침 식사 장면은 보기만 해도 배가 고파질 만큼 맛있어 보여요.
함께 살면서 소피는 하울이 사실 겁이 많고 마음이 여린 청년이라는 걸 알게 돼요. 신기하게도 소피의 마음이 단단해질수록 얼굴이 조금씩 젊어지기도 해요. 성 안의 사람들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어느새 서로를 지키는 가족이 되어 가요. 성 안의 문에는 색깔이 바뀌는 손잡이가 달려 있는데 손잡이를 돌릴 때마다 바닷가 마을이나 큰 도시처럼 전혀 다른 곳으로 문이 열려요. 저는 이 문 하나만 있으면 출근길이 얼마나 편할까 상상하며 웃었어요.
나이가 들어 좋은 점은 잃을 것이 적다는 거예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남긴 기록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전체관람가로 개봉했고 지브리 스튜디오의 어떤 작품보다 질감이 풍부하고 색이 조화롭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출처: 스포츠경향). 스포츠경향 개봉 기사 보기 전체관람가는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볼 수 있는 영화를 말해요.
이 이야기는 영국 동화 작가 다이애나 윈 존스의 소설이 원작이고 일본에서만 천오백만 명의 관객이 봤다고 해요 (출처: 프레시안). 프레시안 원작 이야기 기사 보기 원작은 영화로 옮기기 전에 먼저 나온 처음 작품을 뜻해요. 제 경험상 원작 소설을 함께 읽으면 영화에서 짧게 지나간 장면들이 훨씬 잘 이해돼요.
자주묻는 질문
아이가 보기에 어렵지 않을까요
이야기가 조금 복잡하지만 그림과 음악이 아름다워 아이들도 빠져들어요. 초등학생이라면 보고 나서 함께 이야기 나누기 좋아요.
소피는 왜 젊어졌다 늙었다 하나요
소피가 자신감을 얻고 마음이 단단해질 때마다 젊은 얼굴이 드러나요. 마음먹기에 따라 내 모습도 달라진다는 뜻으로 볼 수 있어요.
주제곡이 유명하다던데요
인생의 회전목마라는 왈츠 곡이 영화 내내 흘러요. 피아노 연주곡으로도 많이 사랑받아 한 번 들으면 오래 귓가에 맴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