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미국에서 만든 영화인데 미국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돈을 번 영화가 있어요. 작은 예술 영화로 분류됐는데도 입소문만으로 삼백사십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지요.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다시 극장에 걸리고 있어요. 뉴욕 거리를 녹음실 삼아 노래를 만드는 두 사람의 이야기 비긴 어게인이에요. 중간중간 자극적인 요소들은 많았지만 노래관련된 장면들은 하나 같이 다 명장면이었던 영화였어요.
비긴 어게인 속 작은 술집의 기타 한 대
그레타는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에요. 가수인 남자 친구 데이브와 함께 뉴욕에 왔지만 데이브가 스타가 되면서 두 사람 사이는 멀어지고 결국 이별하게 되지요. 상심한 그레타는 친구의 손에 이끌려 작은 술집 무대에 올라 기타를 치며 자작곡을 불러요. 손님들은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단 한 사람만 빼고요. 솔직히 저도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레타의 쓸쓸한 노래 한 곡에 바로 마음을 빼앗겼어요.
그 사람은 댄이에요. 댄은 한때 잘나가던 음반 제작자였어요. 음반 제작자는 가수를 발굴하고 곡을 고르고 녹음을 이끌며 음반 한 장이 완성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사람을 말해요. 하지만 그날 댄은 자기가 세운 회사에서 쫓겨나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참이었지요. 제가 직접 다시 보니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댄의 눈빛이 노래를 듣는 순간 확 달라지는 게 보였어요.
그레타의 노래를 듣던 댄의 눈앞에서 신기한 일이 벌어져요. 무대 옆에 놓인 피아노와 드럼과 첼로가 저절로 움직이며 그레타의 노래에 맞춰 연주를 시작한 거예요. 물론 댄의 머릿속 상상이었어요. 노래에 어떤 악기를 어떻게 입히면 좋을지 떠올린 거지요. 이렇게 이미 만든 곡에 여러 악기의 소리와 흐름을 새로 입혀 꾸미는 작업을 편곡이라고 해요. 소리 없는 악기들이 하나둘 살아나는 이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사랑받는 장면이에요.

뉴욕 거리를 녹음실로 만든 두 사람
댄은 그레타에게 음반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해요. 하지만 둘 다 돈이 없었지요. 비싼 녹음실을 빌릴 수 없었던 두 사람은 뉴욕 거리 곳곳에서 녹음을 하기로 해요. 이렇게 녹음실이 아닌 바깥에서 소리를 담는 것을 야외 녹음이라고 해요. 자동차 경적과 아이들 웃음소리까지 노래에 섞여 들어가지만 그 소리가 오히려 뉴욕만의 살아 있는 음악이 되어 줘요. 솔직히 돈이 없다는 게 오히려 이렇게 멋진 음반을 만들 이유가 될 줄은 예상 밖이었어요.
| 녹음한 장소 | 함께 담긴 소리 |
|---|---|
| 건물 옥상 | 뉴욕 하늘과 빌딩 사이로 퍼지는 바람 소리 |
| 지하철 승강장 | 열차가 들어오는 소리와 사람들의 발걸음 |
| 좁은 골목 | 뛰어노는 동네 아이들의 합창 |
| 공원 호수 | 작은 배 위에서 출렁이는 물소리 |
함께 연주할 사람들도 길에서 모았어요. 음악 학교 학생과 동네 아이들과 댄의 딸까지 참여하지요. 댄과 사이가 서먹했던 딸은 기타를 치며 아빠와 가까워져요. 음악이 상처받은 가족까지 다시 이어 준 셈이에요. 제 경험상 이 장면은 이어폰을 끼고 소리를 조금 키워 들으면 길거리 소음까지 음악처럼 들려서 훨씬 생생했어요.
밤이 깊어지면 두 사람은 이어폰 한 쪽씩 나눠 끼고 서로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뉴욕 거리를 걸어요. 노래 한 곡에 따라 평범한 거리가 전혀 다르게 보인다는 댄의 말처럼 두 사람의 밤 산책은 도시를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바꿔 놓아요. 제가 이 장면을 본 뒤로 친구와 이어폰을 나눠 끼고 걸을 때마다 괜히 이 영화가 떠올라요.
이어폰과 음반으로 우리나라에서 사랑받은 비긴 어게인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삼백사십이만 명의 관객을 모았어요. 놀랍게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인 돈이 미국에서 번 돈보다 더 많았대요. 영화진흥위원회가 예술 영화로 분류한 작품인데도 이런 기록을 세운 거예요 (출처: 한국일보). 한국일보 재개봉 기사 보기 예술 영화는 큰 흥행보다 감독의 개성과 작품성을 중요하게 여겨 만든 영화를 말해요.
영화 속 노래 로스트 스타즈는 미국 시상식 주제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어요. 올여름에는 개봉 열두 해 만에 롯데시네마에서 다시 상영됐지요 (출처: 티브이리포트). 티브이리포트 재개봉 기사 보기
마지막에 그레타는 큰 음반 회사와 계약하는 대신 완성한 음반을 인터넷에 아주 싼값에 직접 올려요. 이렇게 큰 회사의 도움 없이 음악가가 스스로 만들고 알리는 음악을 인디 음악이라고 해요. 성공보다 내 음악을 지키는 길을 고른 그레타의 선택이 오래 기억에 남아요. 오늘 퇴근길에는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틀고 늘 걷던 길을 새롭게 걸어 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
배우들이 직접 노래를 불렀나요
네 그레타를 연기한 키이라 나이틀리와 데이브를 연기한 가수 애덤 리바인이 직접 노래했어요. 특히 두 사람이 같은 노래를 서로 다른 느낌으로 부르는 부분을 비교해 들어 보는 재미가 있어요.
원스와 같은 감독 작품인가요
네 음악 영화로 유명한 존 카니 감독이 만들었어요. 원스보다 조금 더 밝고 경쾌한 분위기라서 함께 보면 감독의 음악 사랑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