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이른 새벽 텅 빈 뉴욕 거리에 노란 택시 한 대가 멈춰요.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내려 보석 가게 진열장 앞에 서지요. 그리고 종이봉투에서 빵과 커피를 꺼내 진열장을 바라보며 천천히 아침을 먹어요. 대사 한마디 없는 이 첫 장면만으로 티파니에서 아침을 은 영화 역사에 길이 남는 영화가 되었어요. 아직까지 명곡으로 피아노 연주에서도 많이 연주되는 문리버의 곡이 흘러나오는 영화예요.
티파니에서 아침을 첫 장면과 검은 드레스
영화가 시작되고 제목과 배우 이름이 뜨는 동안 이어지는 첫 장면들을 오프닝 시퀀스라고 해요. 오프닝 시퀀스는 영화의 분위기와 주인공을 처음 소개하는 아주 중요한 장면이에요.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잔잔한 음악과 새벽 거리와 주인공 홀리의 뒷모습만으로 홀리가 얼마나 화려하면서도 외로운 사람인지 보여 줘요. 솔직히 저도 이 첫 장면만으로 영화에 푹 빠져 버렸어요.
이때 홀리를 연기한 오드리 헵번이 입은 옷은 몸에 꼭 맞는 단순한 검은 원피스였어요. 이렇게 장식 없이 깔끔한 검은 원피스를 리틀 블랙 드레스라고 불러요. 리틀 블랙 드레스는 어디에나 어울리는 기본 옷이라는 뜻으로 이 영화 이후 여성들 옷장에 꼭 있어야 할 옷으로 자리 잡았어요. 제가 직접 다시 보니 드레스보다 빵을 먹으며 진열장을 들여다보는 홀리의 쓸쓸한 눈빛이 더 오래 남았어요.
이 드레스를 만든 사람은 오드리 헵번이 가장 아끼던 디자이너 지방시였어요. 드레스는 훗날 영국 런던의 유명 경매장에 나오게 돼요 (출처: 한국일보). 한국일보 경매 예정 기사 보기 경매는 물건을 사고 싶은 사람들이 값을 부르고 그중 가장 높은 값을 부른 사람에게 파는 방식을 말해요. 이 드레스는 예상보다 훨씬 높은 팔억 원이 넘는 값에 팔렸고 그 돈은 인도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짓는 데 쓰였어요 (출처: 경향신문). 경향신문 낙찰 기사 보기

창가에서 부른 노래 문 리버
홀리는 뉴욕의 작은 아파트에 혼자 사는 자유로운 여인이에요. 이름도 붙이지 않은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살면서 늘 파티를 열고 멋진 옷을 입지요. 하지만 속으로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시골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며 불안해해요. 기분이 우울해질 때마다 홀리는 보석 가게 티파니에 가요. 그곳에 가면 아무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서예요. 솔직히 화려해 보이는 홀리가 이렇게 외로운 사람일 줄은 예상 밖이었어요.
어느 날 위층에 작가 폴이 이사 오면서 두 사람은 가까워져요. 폴은 창밖 비상계단에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홀리를 보게 되지요. 이때 부르는 노래가 문 리버예요. 넓은 강 너머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담은 이 노래는 영화의 주제가가 되었어요. 주제가는 영화의 분위기와 이야기를 대표하는 노래를 말해요. 오드리 헵번이 직접 부른 이 노래는 미국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수많은 가수가 다시 부르고 있어요.
두 사람이 함께 티파니에 가는 장면도 사랑스러워요. 가진 돈이 얼마 없던 두 사람은 과자 상자에서 나온 장난감 반지를 들고 가서 이름을 새겨 달라고 부탁해요. 비싼 보석만 다루는 점원이 이 부탁을 정중하게 들어주는 모습에 두 사람도 관객도 활짝 웃게 되지요. 값비싼 보석보다 함께 웃는 시간이 더 반짝인다는 걸 보여 주는 장면이에요. 제 경험상 이 장면은 친구와 함께 보면 서로 무엇을 사고 싶은지 이야기하게 돼서 훨씬 즐거웠어요.
빛나는 명작 속 아쉬운 그림자와 이름 없는 고양이
이 영화에는 오늘날 많은 비판을 받는 부분도 있어요. 홀리의 아래층에 사는 일본인 이웃을 백인 배우가 분장하고 연기했는데 튀어나온 이와 어설픈 말투를 과장해서 우스꽝스럽게 그렸거든요. 이렇게 어떤 사람의 겉모습이나 특징을 지나치게 부풀려 표현하는 것을 캐리커처라고 해요. 이 장면은 특정 민족을 깎아내리는 인종 차별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어요.
명작이라고 모든 장면이 옳은 건 아니에요. 아름다운 장면은 즐기되 그 시절의 잘못된 생각은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함께 가지면 좋겠어요.
영화의 마지막 비 오는 골목에서 홀리는 내쫓았던 고양이를 찾아 헤매요. 흠뻑 젖은 고양이를 품에 안는 순간 홀리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마음을 여는 법을 배워요. 오늘 아침은 좋아하는 빵 하나와 커피 한 잔으로 나만의 특별한 아침을 즐겨 보세요. 제가 이 비 오는 골목 장면만 나오면 고양이 울음소리에 괜히 같이 두리번거리게 돼요.
자주 묻는 질문
영화 속 보석 가게는 실제로 있나요
네 뉴욕 한복판 큰길에 있는 실제 보석 가게예요. 영화 촬영도 실제 가게 앞과 안에서 했고 지금은 가게 안에 이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카페까지 생겼어요.
홀리의 고양이는 왜 이름이 없나요
홀리는 자기가 누구의 것도 아니고 고양이도 자기 것이 아니라며 이름을 붙이지 않아요. 누군가에게 매이는 게 두려운 홀리의 마음을 보여 주는 설정이에요.
원작 소설과 결말이 같나요
원작은 트루먼 커포티가 쓴 짧은 소설이에요. 소설은 조금 더 쓸쓸하게 끝나지만 영화는 두 사람이 서로를 끌어안는 따뜻한 결말로 바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