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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연인과의 기억을 깨끗이 지울 수 있다면 지우시겠어요. 아픈 기억이 사라지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지만 그 안에 담긴 행복한 순간도 함께 사라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이터널 선샤인은 바로 이 질문을 품고 있는 영화예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봉했을 때보다 다시 개봉했을 때 더 많은 사랑을 받은 아주 특별한 영화이기도 해요. 기억을 지우면서도 돌고 돌아 다시 만다는 필연이라는 내용이 참 많이 와닿았던 영화였어요.
이터널 선샤인 속 기억을 지워 주는 회사
조엘은 조용하고 소심한 남자예요. 어느 날 조엘은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이 자신과의 기억을 모두 지워 버렸다는 소식을 듣게 돼요. 사람의 머릿속에서 특정한 기억만 골라 지워 주는 회사가 있었던 거예요. 물론 이런 기술은 실제로는 없는 상상 속 기술이에요. 이렇게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있을 법한 미래나 신기한 세계를 상상해 그린 이야기를 공상 과학이라고 해요. 솔직히 저도 처음 봤을 때 이 장면에서 조엘보다 더 황당한 기분이 들었어요.
충격을 받은 조엘은 자기도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지우기로 해요. 밤이 되어 조엘이 잠든 사이 기술자들이 찾아와 기계를 머리에 씌우고 가장 최근 기억부터 하나씩 지워 나가지요.
머리 색으로 따라가는 지워지는 기억
기억이 지워지는 동안 조엘은 머릿속에서 클레멘타인과의 추억을 거꾸로 다시 겪어요. 크게 다퉜던 날부터 시작해서 점점 행복했던 날로 거슬러 올라가지요. 꽁꽁 언 강 위에 나란히 누워 별을 바라보던 밤과 처음 만났던 바닷가의 설렘이 떠오르자 조엘은 후회하기 시작해요. 이 기억만은 지우고 싶지 않다고요. 제가 직접 다시 보니 기억이 하나씩 무너질 때마다 배경도 함께 사라지는 장면에서 숨을 죽이게 됐어요.
조엘은 기억 속 클레멘타인의 손을 잡고 도망쳐요. 기억 지우는 기계가 찾지 못하도록 창피했던 어린 시절 기억 속에 클레멘타인을 숨기기도 하지요. 이런 곳은 조엘 자신도 평소에는 잘 떠올리지 않는 마음 깊은 곳이에요. 이렇게 내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마음 깊숙이 가라앉아 있는 생각과 감정을 무의식이라고 해요. 솔직히 기억 속에서 도망친다는 발상이 이렇게 애틋하게 느껴질 줄은 예상 밖이었어요.

영화는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보여 주지 않아요. 처음과 끝이 뒤섞이고 현재와 과거가 오가지요. 이렇게 사건을 일어난 순서와 다르게 뒤섞어 배치하는 방법을 비선형 구성이라고 해요. 처음엔 조금 헷갈리지만 조각을 하나씩 맞춰 가다 보면 모든 장면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 와요.
| 클레멘타인의 머리 색 | 그 무렵 두 사람 |
|---|---|
| 초록색 | 처음 만나 설레던 때 |
| 빨간색 | 사랑이 가장 뜨거웠던 때 |
| 주황색 | 다툼이 잦아지고 멀어지던 때 |
| 파란색 | 기억을 지운 뒤 다시 만난 때 |
클레멘타인은 기분에 따라 머리 색을 자주 바꿔요. 덕분에 관객은 머리 색만 보고도 지금 보는 장면이 언제쯤인지 짐작할 수 있어요. 뒤섞인 시간 속에서 길잡이가 되어 주는 영리한 장치예요. 제 경험상 두 번째 볼 때는 머리 색만 따라가도 이야기의 순서가 훨씬 또렷하게 보였어요.
이터널 선샤인이 세운 재개봉 기록
이 영화의 대본을 쓴 찰리 카우프먼은 미국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았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개봉했을 때 관객이 십구만 명 정도에 그쳤지만 개봉 열 해를 맞아 다시 극장에 걸렸어요. 해외 언론이 뽑은 최고의 로맨스 영화 목록에도 여러 번 이름을 올렸지요 (출처: 에스비에스 뉴스). 에스비에스 뉴스 재개봉 기사 보기
놀라운 일은 그다음에 일어났어요. 재개봉한 영화가 처음 개봉했을 때의 관객 수를 뛰어넘은 거예요. 오래된 영화를 다시 상영해 처음보다 더 많은 관객을 모은 건 이 영화가 처음이었대요. 그 뒤로도 여러 번 재개봉했고 선명하게 다시 다듬은 화면으로 롯데시네마에서 또 한 번 관객을 만났어요 (출처: 더팩트). 더팩트 재개봉 기사 보기
영화 속 신기한 장면들은 대부분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라 촬영 현장에서 직접 만든 효과로 찍었어요. 조명을 한순간에 꺼 버리거나 배우 뒤의 세트를 몰래 옮기며 기억이 사라지는 느낌을 표현했지요. 그래서 꿈속처럼 흐릿하면서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느껴져요.
기억을 모두 지운 두 사람은 마지막에 다시 서로를 만나요. 그리고 또 싸우고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괜찮다고 말하지요. 좋았던 날도 힘들었던 날도 모두 내 소중한 기억이라는 걸 알려 주는 결말이에요. 오늘 떠오르는 옛 추억이 있다면 조용히 한번 꺼내 보세요. 제가 이 마지막 장면을 볼 때마다 괜찮다는 짧은 한마디가 이렇게 큰 용기일 수 있다는 걸 다시 느껴요.
자주 묻는 질문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제목은 무슨 뜻인가요
영원한 햇살이라는 뜻이에요. 영국의 옛 시에서 따온 말로 티 없이 맑은 마음에 비치는 햇살을 노래한 구절이에요. 기억을 지우면 마음이 맑아질까 묻는 영화의 주제와 이어져요.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난 곳은 어디인가요
미국 뉴욕 근처의 바닷가 마을 몬탁이에요. 영화에서 몬탁은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고 다시 이어지는 아주 중요한 장소로 나와요.
내용이 어려워서 이해하기 힘들까요
시간이 뒤섞여 있어서 처음 볼 때는 조금 헷갈릴 수 있어요. 한 번 더 보면 처음엔 놓쳤던 장면들이 보여서 두 번째 볼 때 훨씬 더 감동적이라는 사람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