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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중에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머릿속으로 멋진 모험을 떠나 본 적 있으신가요.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상상을 해요. 그런데 상상 속에서만 살던 사람이 어느 날 진짜 비행기를 타고 세상 끝으로 떠난다면 어떨까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바로 그 첫걸음을 담은 영화예요. 욕망이 커지면 커질수록 빈털터리가 되는 교훈을 얻게 해 준 영화였어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속 백일몽에 빠진 소심한 직장인 월터
월터는 사진 잡지 라이프에서 열여섯 해째 일하는 직원이에요. 사진작가들이 보내온 필름을 보관하고 정리하는 일을 맡고 있지요. 월터가 다루는 필름은 네거티브 필름이에요. 네거티브 필름은 사진을 인화하기 전의 원본 필름으로 밝은 곳은 어둡게 어두운 곳은 밝게 거꾸로 찍혀 있어요.
월터에게는 특별한 버릇이 있어요. 길을 걷다가도 말을 하다가도 갑자기 멍해지며 상상에 빠지는 거예요. 불타는 건물에 뛰어들어 강아지를 구하기도 하고 얄미운 상사와 영화 속 주인공처럼 싸우기도 해요. 이렇게 깨어 있는데도 꿈을 꾸듯 상상에 빠지는 것을 백일몽이라고 해요. 백일몽은 한낮에 꾸는 꿈이라는 뜻으로 현실 대신 머릿속 이야기에 빠져드는 상태를 말해요.
제가 직접 이 영화를 볼 때 월터가 멍해지는 순간마다 저도 회의 시간에 딴생각을 하던 때가 떠올랐어요. 그래서 월터의 상상이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현실의 월터는 짝사랑하는 동료 셰릴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걸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이에요. 상상 속 월터와 진짜 월터의 차이가 너무 커서 웃기면서도 괜히 마음이 짠해져요.
마지막 호 표지와 사라진 스물다섯 번째 필름
어느 날 회사에 큰 소식이 들려요. 라이프가 종이 잡지를 그만 만들고 인터넷으로만 소식을 전하기로 한 거예요. 이렇게 종이로 만들던 것을 인터넷과 컴퓨터 중심으로 바꾸는 것을 디지털 전환이라고 해요. 그리고 종이 잡지 발행을 완전히 멈추는 것을 폐간이라고 불러요.
실제로 라이프는 오래전 창간해 수십 년 동안 사진으로 세상을 보여 준 잡지였어요. 여러 번 멈췄다 다시 나오기를 되풀이하다 끝내 폐간되었지요. 이 잡지는 사진으로 뉴스를 전하는 보도 사진의 대표 주자였어요. 보도 사진은 글 대신 사진 한 장으로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생생하게 알리는 방법이에요.
마지막 호 표지로는 전설적인 사진작가 숀이 보낸 스물다섯 번째 필름을 쓰기로 해요. 숀은 이 사진이 삶의 정수를 담은 사진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그 필름만 보이지 않아요. 월터는 숀을 찾아 직접 떠나기로 해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어요. 잃어버린 필름 한 롤이 이렇게 큰 여행의 이유가 될 줄은 몰랐거든요.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로 떠난 진짜 모험
월터가 처음 도착한 곳은 얼음의 나라 그린란드예요. 숀을 만나려면 술에 취한 조종사가 모는 헬리콥터에 올라타야 했지요. 망설이던 월터는 상상 속 셰릴이 부르는 노래를 떠올리며 달리는 헬리콥터에 몸을 던져요. 헬리콥터에서 차가운 바다로 떨어져 상어와 마주치기도 하지요.
다음은 아이슬란드예요. 끝없이 이어진 산길을 월터는 길고 커다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달려 내려가요. 이 보드를 롱보드라고 해요. 롱보드는 보통 스케이트보드보다 길고 바퀴가 커서 먼 거리를 부드럽게 달릴 수 있는 보드예요. 푸른 하늘과 초록 들판 사이로 월터가 팔을 벌리고 내려가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유명한 장면이에요.
제 경험상 롱보드로 내려가는 장면은 볼 때마다 가슴이 시원해져요. 저는 그 장면만 따로 찾아본 적도 있어요.
세상을 보고 위험을 넘어 벽 너머를 보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 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삶의 목적이다.
회사 벽에 걸린 라이프의 이 다짐은 처음엔 그저 글자였어요. 하지만 여행을 거듭할수록 월터에게 진짜 이야기가 되어 가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결말 속 삶의 정수와 필름
우여곡절 끝에 월터는 히말라야 높은 산에서 숀을 만나요. 숀은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눈표범을 찍으려고 며칠째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런데 마침내 눈표범이 나타나자 숀은 셔터를 누르지 않아요. 정말 아름다운 순간에는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다면서요.
제가 이 눈표범 장면에서는 셔터를 누르지 않는 숀의 마음이 오래 남았어요. 우리는 순간을 찍느라 정작 그 순간을 제대로 보지 못할 때가 많으니까요.
놀랍게도 스물다섯 번째 필름은 처음부터 월터 가까이에 있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호 표지에 실린 사진을 보는 순간 관객은 삶의 정수가 무엇인지 알게 돼요. 그건 멋진 풍경도 유명한 사람도 아닌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 온 한 사람의 모습이었어요.
이 영화 속 라이프는 이후 새 주인을 만나 다시 잡지를 내겠다는 소식을 알리기도 했어요. 많은 사람이 이 잡지를 오래도록 그리워했다는 뜻이에요 (출처: 하퍼스 바자 코리아). 하퍼스 바자 코리아 기사 보기
상상만 하다 끝난 계획이 있다면 오늘 아주 작은 것 하나만 해 보세요. 월터도 처음엔 헬리콥터로 달려가는 한 걸음이 전부였으니까요.
자주묻는 질문
영화 속 멋진 풍경은 어디에서 찍었나요
그린란드와 히말라야로 나오는 장면 대부분을 사실 아이슬란드에서 찍었어요. 그래서 영화가 나온 뒤 월터가 롱보드를 타던 길을 찾아가는 여행자가 많아졌어요.
원작이 따로 있는 영화인가요
네 오래전에 나온 짧은 소설이 원작이에요. 상상에 빠지는 주인공이라는 설정만 가져오고 라이프 잡지 이야기는 영화에서 새롭게 만들었어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가요
물론이에요. 넓은 대자연과 신나는 음악이 어우러져서 보고 나면 당장 가방을 싸고 싶어져요. 여행 전에 보면 설렘이 두 배가 되는 영화예요.